[스포일러多] 후속작 캐릭터 설정비화 06. 치에부쿠로 세츠카
대량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반드시 챕터6까지 전부 플레이하신 분만 열람하시길 권장합니다.
(미스클릭 방지용 공백)
■ 개요
여섯 번째 설정비화의 주인공은 모두의 누나,언니였던 치에부쿠로입니다.
개인적으로 어나더 시리즈에서 가장 헤어스타일이 특이한 캐릭터 중 하나가 아닐까 싶은데요.
예전에 질문 메일로도 설명한대로, 치에부쿠로의 헤어스타일은 기본적으론 포니테일에서 시작합니다. 뒷머리를 좌측으로 가지런히 묶은 뒤 뒤통수 밑에서 핀으로 고정, 남은 꼬리 부분을 반대쪽으로 빼내는.... 현실에서 과연 가능할지 의문인 그런 헤어스타일입니다.
치에부쿠로는 작중 가장 끔찍한 시체 발견 장면을 남기고 갔습니다....
솔직히 치에부쿠로의 얘기에서 빠질 수 없는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동인 게임이라지만 수위가 너무 선을 넘는 것이 아닌가? 고민도 많이 했고, 실제로 메일로 수위를 얼마나 더 올릴 생각이냐고 물어보신 분도 계셨고요 ㅋㅋ
그렇지만 치에부쿠로의 시체 상태는 초창기부터 구상되어 있던 것이었고, 이는 쌍둥이와 한 세트로 엮이는 부분(트릭)이었기 때문에 결국 강행돌파를 하고 말았죠. 반응은 아주 좋았던 것 같지만요.
이 부분에 대한 자세한 얘기는 쌍둥이 편에서 다루도록 하고, 지금은 치에부쿠로의 차례이니만큼 그녀의 이야기를 더 해볼까요.
■ 스테이터스
치에부쿠로의 스테이터스입니다. 지능과 추리력은 낮은 편이지만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수치네요.
자유행동 중 치에부쿠로가 위치한 곳을 유심히 살펴보신 분이라면 알 수도 있지만, 치에부쿠로도 신체능력이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그녀는 모노크루즈 체력단련실에서 꽤 운동도 하는 편이었죠.
본편에서는 크게 부각시킬 기회가 없었지만, 직업을 떠나서 그냥 운동을 즐기는 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B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행동력은 역시 S겠죠. 치에부쿠로만큼 머릿속에 떠오른 걸 그 즉시 행동하는 캐릭터는 없을 겁니다. 하시모토도 행동력이 S였지만, 이 녀석의 행동력과 치에부쿠로의 행동력은 조금 종류가 다르죠... 치에부쿠로 쪽이 조금 더 건전한? 행동력입니다.ㅋㅋ 무엇보다 그녀가 죽기 직전까지, 한 챕터 내의 큰 이벤트는 전부 그녀의 행동을 계기로 시작된 거니까요.
마지막으로 인간성은 B를 주었습니다. 최근 인간성이 고랭크인 캐릭터들이 주로 나와서 B가 낮아 보일 수 있지만 절대 낮은 것은 아닙니다. 진심으로 남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알고, 차별 없이 인간 대 인간으로 누구든 맞아주는 치에부쿠로의 인간성은 A를 줘도 절대 모자라지 않지만...
치에부쿠로의 오른쪽 눈의 힘 때문에 랭크를 1단계 깎았습니다. "인간"이라는 종의 스탠다드한 능력에서 많이 벗어나 있는 힘이니까요.
신체적인 부분도 채점하는 거야!?!? 라고 하실 분도 계실지 모르겠지만, 말했듯이 "인간성"은 아주 애매모호한 기준이고, 내적이든 외적이든 제가 생각한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매기는 것이기 때문에 유감스럽게도 치에부쿠로에게 A랭크를 주지 못했네요...
■ 초기 디자인
치에부쿠로도 초기 디자인과 지금의 디자인이 크게 변경되지 않은 캐릭터 중 하나입니다.
이건 프로토 타입을 정리하기 전 최초로 디자인한 치에부쿠로입니다만, 당구 머리핀 쪽의 묶는 방식만 살짝 다를 뿐 포즈도, 표정도 지금의 치에부쿠로네요.
디자인이 크게 바뀌지 않은 만큼, 바로 프로토 타입으로 정리한 치에부쿠로입니다.
참고로 초기도 프로토도 치마를 입고 있긴 합니다만, 이건 다들 아시는대로 프롤로그 이후 바지로 변경했기 때문이죠.
바지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바지로 바꾼 것 까진 좋았지만 그 이후 "얘는 바지 안에 스타킹을 입고 있는 거냐?" 라는 메일을 꽤 많이 받았습니다.... 거짓말이 아니라 생각보다 많은 분이 지적해 주셨어요. ㅠ
저도 그 부분은 아쉽다고 생각합니다. 본래 치마였던 스탠딩을 바지로 리터칭하는 과정에서, 신발까지는 사실 게임 내에서 거의 보이지 않으니 내버려둘까... 하고 생각했던 건데...
제가 여러분을 너무 만만히 봤죠. 여러분들은 작은 디테일 하나까지 열정적으로 봐주시니까요. 때문인지 요즘의 저는 그림 공부를 하면서도 평소 이상보다 자료를 많이 참고하기 시작했고, 디테일 연구도 공부하고 있답니다.
쓰면서 보니 프로토 타입 초기안에는 명찰이 있었군요. 그런데 안그래도 디자인이 바텐더나 카지노 딜러랑 비슷한데 명찰까지 있으면 ㄹㅇ 당구선수가 아니라 어디 종업원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냥 없앴습니다.
마안의 설정도 지금과 사뭇 다르고요. 이렇게 보니 비슷해보여도 세세한 부분은 또 다른 점이 있긴 하네요.
■ 기타
치에부쿠로는 카사이와 함께 작품 내에서 리더 포지션을 맡았고, "리더 포지션 캐릭터는 명줄이 짧다" 라는 단간론파의 클리셰를 어쩌다 보니 또 계승하게 된 조금은 슬픈 캐릭터입니다.
챕터 2 마지막에 요미우리와 내통하는 부분에서, 일부러 "이 누나만 믿으라고" 등의 누가 봐도 치에부쿠로를 의심할법한 대사를 넣어놓고, "치에부쿠로가 뭔가 단체행동을 하면 누군가 죽는다" 라는 상황이 챕터 1~3 내내 이어졌기 때문인지, 게임 초반부에는 그녀를 보이드라고 생각하신 분들도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물론 어느정도 의도하기는 했지만, 후자는 놀랍게도 딱히 설계가 아니었다는 점... 단지 치에부쿠로의 행동력이 워낙 뛰어나다보니 알게 모르게 그녀가 판을 만들어주는 경우가 많았던 것 뿐, 일부러 그런 식으로 보이려고 했던 건 아니라는 점을 알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치에부쿠로는 30대입니다)
치에부쿠로는 어른이 된 현실 세계에선 사립 탐정으로 활동하고 있었죠.
과거 당구선수이던 시절 승부조작이 들통나 벌금도 많이 물었고, 당구계 영구퇴출 등 그녀 나름대로 죄값을 치르긴 치렀습니다. 작중에서도 나오지만 치에부쿠로의 탐정으로서의 면모가 부각되기 시작한 건 인류사상 최대최악의 절망적 사건 이후고, 그 때 쯤에는 그녀가 과거 당구선수였다는 걸 아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았겠죠.
탐정이 왜 지능,추리력이 C냐? 그리고 학급재판에서 별로 활약도 못한 것 같다. 라는 의견도 꽤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이쪽은 좀 더 "현실적인 탐정"에 가깝습니다. 살인사건을 추리하고 범인을 밝혀내는 "픽션 속의 탐정" 보다는, 실제로 누군가를 미행하거나 정보를 캐고, 물건을 찾아주고 하는 등의 탐정을 생각하시면 되겠죠.
이 부분도.... 제가 조금 더 치에부쿠로라는 캐릭터를 잘 활용했다면, 어쩌면 그녀도 브레인이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사실 이것 말고도 치에부쿠로에게 아쉬운 점은 또 있습니다.
원래 치에부쿠로의 이 "마안" 설정.... 이게 챕터 2 쯤에서 트릭을 밝혀내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그런 초기 구상 단계가 있었는데, 안그래도 트릭이 비현실적이라고 소리 듣고 가상세계에서 마법도 쓰고 돌아다니는 판에 치에부쿠로까지 트릭에 끼게 되면 조금 그런 것 같아서... 챕터 1까지만해도 하려고 했다가 챕터 2 제작 도중에 급하게 노선을 틀었습니다.
덕분에 치에부쿠로의 눈 설정이 맥거핀이 되어 버렸죠. 그녀와 사교를 진행하지 않은 사람은 치에부쿠로의 오른쪽 눈을 시체 발견 때나 보게 될 거고, 눈의 힘을 이용해 탐정 활동을 했다곤 해도 그게 그렇게 와닿는 설정인지도 잘 모르겠고요.
그에 따라 본래 본편 스토리에서 풀려고 했던 마안 떡밥을 사교에서 풀 수밖에 없었고, 다소 무리수적인 설정도 추가되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맥거핀 하니 또 생각나는 것이 카나데의 쪽지... ㅋ
메일로 정말 많이 물어보신 질문 중 하나입니다. 그 때마다 저는 맥거핀이라고 답변할 수밖에 없었고...
챕터 6에서 산노지의 대사를 통해 대충 무슨 내용인지 짐작은 가능하시겠지만, 저도 가능하다면 치에부쿠로의 유서를 그런 식으로 다루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ㅠ.. 어쩌다보니 제작 과정에서 그렇게... 흑
쓰다보니 길어졌는데... 아무튼 아쉬움이 꽤 많이 남는 캐릭터네요. 헤어스타일이 특이해서 그리는 것도 재미있고 성격적으로도 좋아하는 편이다보니...
그나마 인기투표 때 아쉽게 top5 에 들지 못했다곤 하나 6등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거뒀고,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 처형 도안
처형명 : NINE BOMB
사지가 묶인 채 당구대에 엎드려 있는 치에부쿠로. 어디선가 개구기가 튀어나와 치에부쿠로의 입을 벌려 고정시킨다. 한편 반대쪽에서 정장을 입은 당구선수 모노크로우가 쵸크로 큐대를 문지르며 멋지게 등장, 당구대 위에 놓인 당구공을 향해 다가간다. 당구공 위에는 1부터 9까지 숫자가 써진 공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모노크로우는 심호흡 후 1번 공부터 차례대로 치기 시작한다. 제일 먼저 쳐진 1번 공이 벽과 다른 공들 사이에서 마구 튕기며 치에부쿠로 주위를 돌아다니다 최종적으로는 치에부쿠로의 입 속으로 들어간다. 2번 공도 마찬가지로 튕기다가 치에부쿠로의 입 속으로 들어간다. 3번 공도, 4번 공도 마찬가지. 나중에 쳐진 공이 먼저 들어간 공을 식도 속으로 밀어내며 그녀의 위부터 식도까지 당구공으로 가득 찬다. 이윽고 대망의 마지막 9번 공을 치는 모노크로우. 9번 공은 다른 공보다 크기가 크고 삑, 삑, 하는 이상한 소리도 들린다. 9번 공도 마찬가지로 여러 번 벽에 튕기면서, 튕길수록 공이 새하얗게 빛나기 시작한다. 그렇게 쉴새없이 튕기며 섬광을 뿜어내던 9번 공이 이윽고 치에부쿠로의 얼굴을 향해 나아가고, 치에부쿠로의 얼굴과 부딪히기 직전 굉음과 함께 폭발한다.
아직 슈퍼 단간론파 어나더2가 초반부만 업로드되어 있던 시절, 누군가가 "당구선수 재능은 처형을 당하면 엄청 무섭게 당할 것 같다" 라고 하신 것이 기억나네요.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처형의 묘미는 마지막 폭발보다도 식도가 강제로 막히는 것이 아닐까요?
TMI지만 전 알약을 굉장히 못먹는 편인데 조금만 크기가 커도 삼키지도 못하고 꺽꺽대며 먹습니다... 고작 알약도 목에 걸리면 고통스러운데 당구공은 어우...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