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유즈입니다! 오랜만입니다.
아니, 정말로 오랜만이네요. 오마케 1편 업로드가 벌써 5개월 전...?
체감상 1달 정도 지난 것 같은데 정말 시간이 너무너무 빠르네요...
우선은 조금씩 작업하던 오마케 2편이 완성되어 이렇게 업로드하게 되었습니다!
※ 모든 사이드 스토리는, 본편의 상당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본편을 모두 클리어하지 않은 분은 열람을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1
오오토리 테루야.
키사라기 기관의 재정간부이자, 희망봉 학원 79기생.
본인 스스로도 머리가 특출나다곤 생각하지 않았지만, 상업에 대한 타고난 이해력과 수학적인 재능으로 그는 '초고교급 상인'의 자리에 올랐다.
희망봉 학원에 입학하여 승승장구할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 그는, 예상치 못한 트러블에 휘말려 생사가 오고가는 지옥을 경험하게 된다.
이젠 세간에도 많이 알려진 '인류사상 최대최악의 절망적 사건'.
그 전초전의 실험 단계로서 79기생에게 가해진 '살인 학급 생활'.
오오토리는 그 지옥에서 살아남았다.
…아니, 살아남았었다.
「오오토리 씨, 불쌍하기도 하지…」
「그러게나 말이야. 기관을 위해 그렇게 희생했는데 정작 본인은 이렇게 허무하게 가버리다니.」
「나 오오토리 씨 꽤 좋아했는데…」
시간은 '우츠로시마 사건'이 종결된 직후.
가까스로 주모자들을 잡아들이고, 키사라기 기관은 다시 그들만의 일상으로 되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일환 중 하나로, 그들은 이번 사건에서 순직한 기관의 간부, 오오토리를 떠나보내야만 한다.
키사라기 기관 대부분의 구성원과 관련자들이 참석한 오오토리 테루야의 장례식.
하지만 그 일면에선 그의 죽음을 순수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목소리 역시 존재했다.
「그 소문… 역시 사실일까?」
「뭐가? 기관장이 오오토리 씨를 버렸다는 거?」
「야, 말 조심해. 아무리 그래도 기관장님이 동료를 버렸겠어?」
「분명 뭔가 이유가 있었겠지. 난 기관장님을 믿어.」
「하지만 꺼림칙한 데가 한두 군데가 아냐.」
「지금의 기관의 방식은 분명히 이상하다고…」
서서히 균열이 벌어진다.
우츠로시마 사건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간부급들을 제외하면 공개되지 않았지만, 소문이라는 것은 빠르다.
이미 우츠로시마 사건 이전부터 기관 내에서는 암묵적인 '파벌'이 존재했다.
이번 사건은 단지 원래부터 있었던 균열을 더 크게 벌리는 계기가 되었을 뿐.
키사라기 기관은 엄청난 노력과 고생 끝에 최악의 범죄자들을 소탕했고, 세상의 평화를 지켰다.
하지만… 그것을 위해 희생한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커다란 것들을, 너무나도 많이 잃어버리고 말았다.
이러한 상황에 기관원들이 혼란스러워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2
똑. 똑.
키사라기 기관 최상층 복도에 노크 소리가 울려 퍼진다.
문에는 대문짝만하게 '기관장실' 이라고 적혀 있었다.
「…들어와.」
「메카루, 별일이네. 이런 시간에 다 찾아오고」
「…장례식 끝나자마자 바로 일이냐?」
「알잖아. 쉴 틈 따위 없는거.」
기관장실의 특징 없는 의자와 책상.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를 하나하나 처리하고 있는 남자는, 키사라기 기관의 기관장.
희망봉 학원 79기생, 「전 초고교급 경찰」 킨조 츠루기.
바로 며칠 전까지 우츠로시마에서 목숨을 걸고 악의 근원을 끊어내는 데에 열중한 그였지만, 한숨 돌릴 새도 없다는듯 늦은 시간까지 묵묵히 서류를 처리하고 있었다.
그런 킨조에게 스스럼없이 말을 걸어오는 한 여자.
키사라기 기관 정보팀 팀장이자, 「전 초고교급 교수」 메카루 레이.
당일 장례식을 치른 오오토리 테루야를 포함한 79기생 동기이자, 함께 수라장을 넘어온 관계이기도 하다.
「분명 산노지 미카도는 거대한 악이었지만... 세상은 아직도 크고 작은 악으로 가득 차 있어.」
킨조는 기관장실에 들어온 메카루에겐 눈길 하나 주지 않은 채 서류 작업을 이어나간다.
「죽은 오오토리를 위해서라도, 우리는 멈출 수 없다고.」
「…잘도 그 입에서 오오토리의 이름이 나오네? 나였으면 얼굴도 못 들고 다닐 것 같은데 말이야.」
「……………………」
서류에 사인을 써 나가던 킨조의 만년필이, 아주 잠깐 움직임을 멈췄다.
「…나도 알아. 산노지 미카도는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잡을 수 없는 상대였다는 거.」
메카루는 킨조의 얼굴을 노려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키사라기 기관 정보담당관으로서의 메카루 레이는, 그걸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어.」
「하지만… 희망봉 학원 79기생으로서의 메카루 레이는, 그걸 용납하지 못해.
「희망봉 학원 79기생으로서의 킨조 츠루기는 그랬으면 안됐다고.」
「…메카루, 좀 마셨어?」
「…………………」
그제서야 킨조는 서류에서 시선을 떼고 메카루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메카루는 평소의 그녀답지 않게 가지런하지 못한 차림새를 하고 있었고, 얼굴도 약간 상기된 듯 보였다.
「너답지 않군. 아무리 일과 시간이 아니라지만 기관 내에서 음주는…」
「오늘만이야.」
그녀는 기관장실의 벽에 등을 기대며, 칙칙한 백색등의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오늘만큼은…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진짜 널 죽여버릴 것 같거든?」
「 ………………」
「내가 진짜로 열받는 건……」
「우리한테 버림받은 오오토리 녀석이…」
「저승에서도 우릴 원망하지 않을거란 사실이야.」
킨조는 메카루의 언성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메카루, 너 상태 안 좋다. 오늘은 그만하고 들어가.」
「그 녀석은, 우리가 자길 지키려고 했어도, 스스로 나서서 희생할 생각이었다고.」
「자기를 얼마든지 버림패로 써도, 우리가 죄책감을 느끼지 않게 하려고…」
「그만하라니까!!」
킨조는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즉시 후회했다. 냉정을 유지했어야 했는데.
킨조를 오랫동안 가까이에서 보아온 메카루이기에, 킨조의 마음 속 약한 부분을 파고드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그래… 킨조 츠루기.」
「오늘 너한텐 이 말을 해주려고 왔어.」
「……희망봉 학원 79기생인 메카루 레이는 이제 없다고.」
「………………」
조금 전까지 취기에 몸을 맡기고 비틀거리던 메카루가 사뭇 진지한 어투로 돌변했다.
「너도 그렇잖아?」
「오래 전부터 79기생인 킨조 츠루기는 사라졌잖아?」
「그래, 79기생은 이제 없어.」
「메카루 레이도, 오오토리 테루야와 함께 죽은 거야.」
「그렇게 알고 있어.」
「메카루…!」
킨조는 책상을 박차고 일어났지만, 메카루는 눈 하나 깜짝 하지 않는다.
「……어, 그래.」
「잘 들어. 그러니까 이건 79기생 메카루 레이로서의 유언이야.」
「"함께해서 즐겁지 않았고 다시는 보지 말자."」
「"킨조 츠루기, 이 개새끼야."」
킨조는, 자신이 욕을 먹는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메카루가 왜 자신에게 이런 태도를 취하는지도 이해하고 있었다.
전부 각오하고 해온 일이니까.
메카루도 그걸 알기 때문에, 굳이 오오토리의 장례식날인 오늘이 지나가기 전에 찾아온 거겠지.
하지만…
「……………」
「…들어간다.」
「내일부터 다시… 키사라기 기관 정보담당관 메카루 레이를 잘 부탁해.」
「…기관장님.」
메카루는 일부러 큰 소리를 내며 기관장실의 문을 닫고 퇴실했다.
홀로 남겨진 킨조는 부들거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힘겹게 다시 휠체어에 앉았다.
「…………………」
묵묵히 다시 서류 작업을 재개하는 킨조.
언뜻 보기엔 조금 전 메카루와의 대화가 없던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평온하다.
「………후우.」
그렇게 아무도 없는 혼자만의 잔업이 계속되고, 마침내 쌓아둔 서류에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시계를 힐끔 보자, 시간은 이미 자정을 넘기고 날짜가 바뀐 상태였다.
그렇다, 오오토리의 장례식날이 끝난 것이다.
「…………………하하.」
「하하하.」
만년필을 책상에 내려놓고,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는 킨조.
그는 문득, 토해내는듯한 허탈한 웃음을 짓고는,
「───────!! ───!」
…그 자리에서 고개를 파묻고, 소리 없이 절규했다.
혼자 있을 때만 보여주는, 아무도 모르는 모습.
희망봉 학원 79기생으로서의 킨조 츠루기의 모습이다.
「!! ─────! ────────!!」
쿠당탕, 하는 요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킨조는 바닥으로 쓰러졌다.
온 몸으로 절규하다가,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휠체어에서 굴러 떨어진다.
휠체어의 바퀴가 의미 없이 공회전하고, 애써 정돈한 서류들이 공중에서 춤추고 있다.
…그럼에도 이 침묵의 절규는 그치지 않는다.
무엇이 정답이었을까?
자신은 옳은 일을 한 걸까?
더 나은 방법은 정말로 없었을까?
킨조 츠루기는 이 끝없는 질문으로부터 평생 도망칠 수 없다.
더 나아지려고 아무리 발버둥쳐도 오히려 의문은 깊어만 질뿐.
이미 되돌아오기엔 늦었고, 스스로 감당할 수밖에 없는 괴로운 감정.
그렇기에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고, 약간의 소리조차 내지 않고 절규하는 것만이 유일한 저항이었다.
그리고 이 다음 날, 기관장은 아무도 모르게 사라졌다.
행정상으로는 임시 휴직으로 처리되었으나, 그가 무슨 일로, 어디로 떠났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메카루 레이가 일시적인 기관장 대행을 맡았으나, 그녀 역시 이전과 같은 모습이라고 보긴 힘들었다.
키사라기 기관은, 이 시점부터 명백하게 기울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머지 않은 미래에, 키사라기 기관은 어떤 사건으로 인해 큰 전환점을 맞게 된다.
그것은 아직 오지 않은, 아무도 알지 못하는 미래.
하지만 그 때가 오면, 누구나가 앞장서서 기록을 남길 것이 분명한…
…그런 거대한 미래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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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반년만의 업로드 치고는 분량이 작아서 죄송합니다...
항상 그랬지만 이제는 본업이 따로 있고, 일하고 있지 않을 때에도 개인적으로 공부하거나 도전하고 있는 일들이 꽤 있어서 오마케 쪽에 시간을 거의 투자를 못했네요.
저번에 어떤 분이 메일로 사이드 스토리는 몇 편까지 있냐고 물어보셨는데, 딱히 정해진 분량은 없습니다.
아니, 제 개인적으로 준비한 이야기는 8편에서 10편? 정도 되긴 하는데,
말씀드렸다시피 시간을 거의 투자하지 못하고 있다보니 더이상 안되겠다 싶으면 어느 순간 연재가 끊길 수도 있고요...
사실 오늘 올린 이 '장례식' 편이 사이드 스토리 1편이 될 예정이었는데, 자료가 날아간 것도 있지만 언제 오마케가 끝날지 알 수 없으니 가급적 임팩트가 강렬한 '절망의 여왕' 편을 먼저 올리고 싶었습니다.
또, 몇몇 분들이 예상 외로 사이드 스토리가 서로 이어지는 스토리라고 생각하셨는데,
사이드 스토리는 이전 편과 다음 편이 이어지는 스토리가 아니라, 정말로 본편 이후(혹은 이전)에서 일어나는 여러 일들을 옴니버스 식으로 풀어내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이번 장례식 편과 지난 절망의 여왕 편은 이어지는 것도 아니고, 시간대도 다르고, 시점도 다르다는 거죠.
아무튼 오랜만에 업로드하게 되었는데...
다음 편이 또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의 사이드 스토리는 이런 식으로 전형적인 소설+삽화의 형태로 이어질 것 같네요.
또한 업로드도 뜸해지고 게임이 완결난지도 한참 된 지금까지도 메일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시거나 관심을 표해주시는 분들께는 항상 감사한 마음 뿐입니다.
그럼, 또 언젠가 다음 편이 완성되었을 때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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