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후속작의 설정비화도 마지막인가요... 대미를 장식하는 캐릭터는 바로 작품의 흑막이기도 했던 산노지입니다.
산노지 역시 흑막으로서 굉장한 존재감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설정비화를 기대하시던 분들이 많을지도 모르지만... 글쎄요, 솔직히 산노지의 설정비화에서 무엇을 써야 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설정비화라는 것이 캐릭터를 구상하면서 있었던 이런저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주가 되는데, 설정이 복잡하고, 또 초기 구상 단계에서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거쳐 많이 변화한 캐릭터일수록 쓸 내용이 많아지죠.
그런데 이 산노지 미카도라는 캐릭터는 구상 단계부터 완성되어 있었습니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은... 처음부터 흑막임을 박아두고 시작한 캐릭터답게, 메인 스토리 자체가 산노지의 계획 그 자체이고, 철저하게 스토리에 녹아들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캐릭터라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다른 캐릭터들과 달리 "스토리 그 자체"이기도 한 산노지는 그만큼 설정이 거의 고정된 채 작품을 만들었다는 거죠. 산노지를 구상하면서 메인 스토리도 같이 짠 거나 다름이 없으니까요.
때문에 얘기할 만한 내용이 생각보다 적습니다.
일단 당장 디자인부터도... 망토와 모자를 제외하면 그냥 와이셔츠에 넥타이, 바지가 끝인 상당히 간단한 복장을 하고 있고,(그래서 설정화에 넣을 것도 거의 없어서 글리치 텍스쳐 정도만 넣었습니다. 귀찮아서 그런 거 아닙니다) 가면이 움직인다는 개성 때문에 묻혔지만 현실 산노지(인간 산노지)를 보면 이보다 개성없을 수도 없죠. 이제 보니 이 녀석, 완전 망토랑 가면 빨인데요??
그 외에 추가로 얘기하자면, 산노지의 모티베이션이 된 캐릭터는 크게 세 명이 있습니다.
(블레이블루 시리즈의 등장인물, 하자마)
첫 번째는 산노지의 보이스 소스의 주인이기도 한, 블레이블루 시리즈의 하자마입니다.
산노지의 보이스가 굉장히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신 분들이 많을텐데, 그럴 수밖에요. 산노지의 그 깐죽대는 성격은 이 하자마의 영향이 굉장히 크거든요. 영향이 크다기 보다는, 아예 하자마의 보이스를 먼저 정하고 산노지의 성격을 정했다고 하는 편이 맞겠죠.
둘 다 악역이고 존댓말을 쓰다가도 분노시 마구 욕설을 내뱉는다는 점도 비슷합니다.
(마인탐정 네우로의 등장인물, 전자인간 HAL)
두 번째는 마인탐정 네우로에 등장하는 전자인간 HAL입니다. 위의 하자마가 성격적인 모티브가 되었다면, 이 쪽은 설정적인 모티브가 되었죠. 인공지능이라는 점, 자신을 만든 아버지를 죽였다는 점, 심지어 죽인 이유가 아버지의 방법으로는 목적을 이룰 수 없어서였다는 점까지도요. 이렇게 보니 상당히 비슷하네요.
산노지 미카도라는 캐릭터를 인공지능으로 설정하고 나서,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이 이 전자인간 HAL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제가 상당히 재미있게 봤던 작품으로 작품 중반부 정도에 등장하는 빌런이지만 그 이후 빌런들보다도 훨씬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실제로 HAL가 싸울 때가 네우로라는 작품의 전성기였다고 생각해요.
(동방 프로젝트의 등장인물, 하타노 코코로)
마지막으로 세 번째 모티브는 동방 프로젝트에 등장하는 하타노 코코로입니다. 동방을 아시는 분이라면 알겠지만, 코코로에서 따온 것은 산노지의 특징 중 하나인 "맨얼굴은 무표정인데 가면이 바뀐다" 라는 점이죠.
엄연히 말하면 코코로의 경우 가면의 표정이 바뀐다기보단 가면 그 자체가 바뀌는 거지만, 어쨌든 맨얼굴이 포커페이스를 유지한다는 것이 상당히 재미있어서 제 작품에도 사용해보고 싶었습니다. 산노지와는 상관 없지만, 이 코코로라는 이름은 후일 미츠메에게도 사용되었죠. 이제 보니 성인 하타노도 전작에서 사용되었네요!
산노지는 주인공과 마에다를 제외하고 작품의 최고 중요 캐릭터였다보니, 설정에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덕분에 모티브가 된 캐릭터도 많네요. 디자인적인 부분에서 얘기할 것이 거의 없으니, 이런 거라도....
■ 스테이터스
산노지의 스테이터스입니다.
이게 뭐냐고요? 산노지의 스테이터스입니다. (절대 귀찮아서 이러는 거 아닙니다)
산노지는... 제 작품 세계관 속에서 얼터 에고의 정점을 달리는 초고도의 인공지능이죠.
즉, "측정 불가" 라는 수치를 어떻게든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카가린의 설정 비화 때 전투력도 측정 불가였죠?
그걸 제외하더라도 산노지는 상당히 신비주의적 느낌 자체가 캐릭터의 컨셉이라, 능력치 등을 이렇게 남기는 것도 인상적일 것 같기도 하고...
확실한 건 인간성은 E.. 혹은 그 이하입니다만(인간이 아니니까), 다른 스테이터스는 직접 상상해 보는것도 재미있을 것 같지 않나요?
■ 초기 디자인
산노지의 초기 설정화 프로토 타입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 산노지 미카도라는 캐릭터는 구상 단계부터 완성되어 있었습니다. 이건 디자인 역시 마찬가지이며, 산노지 만큼은 처음 구상한 그대로 가고 싶었습니다. 산노지의 설정을 변경한다는 건 곧 메인 스토리가 변경된다는 것과 같은 말이었기 때문에, 최대한 산노지의 설정은 플레인한 상태로 유지하도록 노력했습니다.
다만 지금과 차이점이 아예 없지는 않은데, 일단 허리춤의 체인이 사라졌고, 가면 쪽 눈 밑의 문양도 원래 움직일 예정이었습니다만... 스탠딩을 만드는 과정에서 깜빡해서 없는 설정이 되어 버렸습니다 ㅠㅠ
본색 같은 경우 본편에선 조금 다른 형태로 구현되었죠.(챕터 6의 깨진 가면) 이건 사실 챕터 6를 만들면서 즉흥적으로 디자인해본 거라 이 때는 그런 설정이 없었을 거에요.
■ 기타
음;; 재차 말씀드리지만, 산노지에 대해서 얘기할 것은 적습니다. 이미 위에서 이 캐릭터의 설정비화에 대한 것을 거의 다 얘기 한 것 같네요.
산노지는 구상 단계부터 흑막이었고, 전지전능한 힘을 가진 먼치킨이었으며 계획 자체도 완벽했죠. 애초에 "완벽"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캐릭터(카나데 아님ㅎ)였고 그것이 흑막 포지션과 시너지를 내며 무시무시한 강적이 될 심산으로 구상한 캐릭터이니까요.
그런데도 그 사기적인 능력과 상황을 만들어내고도 졌다면서, 꽤나 여러분께 비웃음을 사기도 한 산노지 군입니다만
사실 산노지의 파멸은 정해져 있었습니다. 산노지를 구상하면서 완벽함을 강조했던 것 이상으로, 동시에 최대한 추한 결말을 함께 구상했죠. 이는 게임 외적 장치이기도 합니다. 강대한 힘을 자신하고 절대 이길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상대를 무너뜨릴 때의 그 카타르시스를 위한 장치... 산노지가 강력한 만큼, 최후에 그 산노지를 쓰러뜨렸을 때의 쾌감이 강해지는 겁니다. 흔한 스토리적인 클리셰죠.
뭐 그걸 제외하더라도 원체 단간론파라는 작품 자체가 흑막들이 먼치킨이지 않습니까? 사실 완벽을 강조한 것 치고는 전작의 흑막인 우츠로가 더 사기였고요.
이외에도 인간을 초월했다고 떵떵거리던 녀석을 인간의 힘으로 쓰러뜨린다던가... 아무튼 작품의 최종보스답게 제가 전달하고 싶었던 주제와도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가진 녀석이죠.
참고로 가끔 질문 받는 것이, "산노지의 계획은 중간에 엄청난 훼방(카나데라던가, 요미우리 등)을 받았음에도 천운빨로 넘어갔는데 얼터 에고 치고는 너무 계산이 안일한거 아니냐" 라는 것이 있었는데,
항상 말씀드리는 것이 본편에 등장한 계획이 꼭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분명 작품 상에서 산노지가 운이 좋아서 넘어간 것처럼 보이는 장면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우연찮은 결과" 조차도 산노지의 시뮬레이션 내에 있는 것이며, 이것조차 실패하더라도 산노지는 그 즉시 차선책을 준비하고 계획을 속행할 수 있습니다. 꼭 본편처럼 스토리가 흘러가지 않더라도 마에다가 우츠로화 된다는 결과는 기정사실이었던 거죠.
이런 산노지가 패배한 것은 작중에도 나오듯 단 한 가지 뿐입니다. 자기 자신의 디폴트 알고리즘을 이길 수 없었던 것 뿐. 결국 프로그램의 한계를 역설적으로 표현한 거죠. 보통 전 재 작품에 대단한 철학적, 상징적 요소는 가급적 넣지 않는 편인데, 산노지의 경우는 인간 찬가적 요소가 꽤 많이 들어가 있는 편이에요.
그림은 산노지의 어린 시절을 그려보았습니다. 그 고아원에 불을 지르던... 그 모습이죠.
몇몇 분들이 얼터 에고 산노지의 악행 때문에 인간 산노지는 상대적 정상인으로 보시던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두 인격은 본질적으로 같습니다. 결국 인간 산노지가 얼터 에고와 같은 힘을 손에 넣었다고 해도, 얼터 에고 산노지와 똑같은 길을 걸었을 거에요.
■ 처형 도안
처형명 : SUPER PRESS IN THE WOODS는 산노지 미카도의 처형을 가리지 않는다
묶여 있는 산노지의 뒤로, 복싱 링, 호○와트 스타일의 고성, 담벼락, 빌딩, 그리고 목재로 된 작은 집이 차례차례 솟아오른다. 장면이 전환되고, 펀치 머신에 얼굴만 내밀고 인간 샌드백이 되고 있는 산노지가 나타난다. 장면이 전환되고, 엘리베이터 복도에서 좀비들에게 사지가 뜯기는 산노지가 나타난다. 장면이 전환되고, 넝마가 된 산노지가 한 차례 더 벽돌에 머리가 갈리고 있다. 장면이 전환되고, 걸레짝이 된 산노지가 빌딩 위에서 추락한다. ........장면이 전환되고, 이제는 산노지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게 된 고깃덩어리가 아무도 없는 작은 판자집에 널부러져 있다. 어느 샌가 목재로 된 집에 불이 붙고, 삽시간에 불길이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나머지 세트장에도 불길이 번져 무너지기 시작하고, 불길과 함께 판자집을 덮치며 화면이 암전된다.
보이드 처형의 그 집대성이라고 할 수 있는 처형입니다.
사실 산노지의 처형 도안으로 무엇이 좋을까 곰곰히 생각해 봤지만, 역시 흑막의 처형은 지금까지 나온 검정들의 처형 종합 선물세트인 편이 가장 좋은 것 같네요. 엄연히 따지면 니지우에는 검정이 아니었지만, 이 경우 쌍둥이에게 특화되어 있는 "멜로디 리듬 파이널 데스 콘서트" 보다는 보이드에 중점을 두는 편이 나을 것 같아 채택했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로써 약 두 달에 걸친 설정비화가 마무리 되었네요.
솔직히 설정비화... 갈수록 쓸 말도 없어지고 제가 헛소리도 많이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생각보다 고된 작업이었습니다. 후반부 캐릭터들은 조금 내용이 중구난방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ㅠ;; 죄송합니다. 요즘 여유가 별로 없다보니 설정비화 쓰는 것도 상당히 힘들어져서...
그래도 많은 분들이 재미있게 읽어 주시는 것 같고, 힘을 내서 마무리지을 수 있었던 것이 정말 다행이에요.
이제 정말로 남은 것은 오마케 뿐인가요?
앞으로의 일정 말인데... 저번에도 얘기했지만 기약 없는 일정이 될 겁니다. 당장 저만 해도 조만간 학원에 다니기 시작할 것 같은데 이대로 잘 되서 빠르게 취직도 한다면(그랬으면 좋겠네요ㅠ) 게임 만들 시간은 더더욱 줄어드니...
하지만... 언젠가 반드시 완성하겠습니다. 어나더 시리즈는 더이상 저만의 작품이 아니고, 또한 제 인생의 모티베이션이기도 합니다. 여러모로 제 인생을 바꿔주었죠.
솔직히 제게 시간이 2년만 더 있었다면 후속작의 후속작을 만들었을지도 모릅니다만...ㅋㅋ
이제는 만족했습니다. 후속작에서 가급적 제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전부 쏟아 부었고, 많은 분들이 기뻐해 주시니 이 쯤에서 손을 떼는 것이 맞겠죠.
이렇게 말해도 티스토리 갱신 역시 이어나갈 생각이므로! 어나더 시리즈의 진정한 완결은 슈단나더의 완전판이 나왔을 때이니까요.
15번째는 무려 첫 번째 사망자였던 카가린입니다. 탈락은 제일 먼저 했는데 설정비화는 거의 마지막 순번이군요... 오늘로 카가린이 업로드되면 이제 남은 것은 정말 마지막인 산노지 뿐이네요.
우선, 카가린 하면 그 특유의 남자 혐오와 고등학생 시절과 성인 시절 모습의 갭이겠죠. 성인 카가린의 경우 의도적으로 체형을 조금 뭉갰는데, 스탠딩을 나란히 세워놓으면 190cm는 족히 넘어갈 것 같네요.
사실 이 성인 카가린의 모습에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습니다... 이 부분은 초기 디자인과 연관이 있기 때문에 하단에서 따로 설명하도록 할게요.
디자인적인 부분은 사실 크게 고민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옷도 무난한 교복이고, 로켓 모양 가방을 제외하면 크게 우주인이라는 느낌은 없으니까요. 사실 카가린의 재능은 우주비행사의 우주인이라기보다는 정말 4차원스러운 분위기에서 오는 우주인(외계인?)같은 느낌이 큽니다. 애초에 그걸 의도하고 만든 캐릭터고요.
카가린이 남자를 싫어하는 설정은 사실 꽤 뒤늦게 붙은 설정인데, 그걸 제외하더라도 초기 구상 단계부터 이상한 캐릭터로 구상한 것은 맞았습니다.
여담이지만 교복 넥타이가 왠지 모르게 마음에 드는 캐릭터입니다.
■ 스테이터스
은근히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셨을 것 같은 카가린의 스테이터스입니다. 광탈자치고는 상당히 오버스펙이죠.
지능의 경우 제가 예전에 질문답변에서 "카나데와 동급"이라고 한 적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S랭크를 주었습니다. 다만 추리력은 카나데보다 살짝 떨어져요. 애초에 카가린은 머리는 좋을지 몰라도 모든 행동에 조심스러움이란 것이 없기 때문에, 좋게 말하면 낙천적인거고 나쁘게 말하면 부주의하다는 겁니다. 자신이 누군가한테 납치당하거나 해도 아무 신경도 쓰지 않고, "죽으면 죽는거지 뭐" 하는 마인드로 살아가기 때문에 스펙상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 직면해도 나태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것이 바로 카가린이 챕터 1에서 허무하게 죽어버린 이유 중 하나죠. 몇몇 분들이 저렇게 좋은 능지로 왜 챕터 1에서 술판을 벌이고 남자가 자신을 죽였을 가능성 하나 생각하지 못하지? 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카가린 본인의 언급대로 성장하며 수없이 많은 납치를 당해온 그가 현실 세계에서 정상적으로 성인이 되었다는 것부터가 엄청나게 운이 좋았던 걸지도 모릅니다.
건강덕후 마쿠노우치 공인으로 "상당히 단련되어 있다" 라는 보증서가 붙은 카가린답게, 신체능력도 A입니다. 여자의 로망 이벤트에서 카가린의 알몸을 본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그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우락부락하죠. 성인 모습은 뭐... 말 안해도 알 거라고 생각합니다.
행동력은 무난한 B인데, 이는 여자와 관련된 부분에서만 행동력이 S급으로 변하고 나머지 부분, 특히 남자와 관련된 부분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적절히 합쳐져서 평균치의 균형이 맞춰진 거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인간성은 유일하게 저조한 랭크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유는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카가린은 한 여성의 인생에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킬 수 있다면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죠. 그와 동시에, 위에서 설명했듯 보통 상황에서도 자신의 신변에 그다지 주의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이는 미련이 없기 때문인데, 부잣집 도련님으로 하고 싶은 걸 다 하면서 살아온 카가린이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 녀석, 가질 건 다 가졌기 때문에 삶이 조금 지루했을 수도 있네요.
■ 초기 디자인
어.......... 카가린의 초기 디자인입니다..
위에서 카가린의 성인 모습에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고 했는데요...
실은 초창기 카가린은 지금과 설정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하시모토의 설정비화에서도 언급했지만, 카가린은 어쩌면 최종 생존자가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캐릭터입니다. 하시모토와 카가린 중 누굴 챕터 1 피해자로 할지 고민을 많이 했었고, 결국엔 카가린을 죽이는 방향으로 갔지만 만약 카가린을 살리는 방향으로 진행했다면 카가린은 이런 캐릭터로 남았을지도 모르거든요.
"이런 캐릭터" 가 뭐냐 하면 이런 캐릭터입니다. 왜 얘만 초기 디자인인데 이런 그림이 있냐 하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위에서 남자 혐오 설정은 나중에 붙었다고 했는데, 이 때는 지금보다 훨씬더 미친놈이었습니다. 단간론파 원작 시리즈에 꼭 한 두명씩 있는 "혼자 그림체가 다른 캐릭터" 의 유형이라고 볼 수 있는데, 무려 평소에는 지금의 카가린처럼 작고 여리여리한 모습으로 있다가 배에 힘을 꽉 주면 안에 내장되어 있는 잠재 근육이 폭발하여 체형이 변하는 미친 캐릭터였죠...
게다가 성격도 개판이라 남의 의견은 무시하고 자신의 의견만 내세우는데다 쓸데없이 열혈 넘쳐서 통제도 안 되는 그런 캐릭터였죠... 아니 이건 지금도 비슷한가요? 지금의 카가린에서 남자 혐오 설정이 없고 조금 더 활발해진 카가린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네요;;
지금의 카가린도 살짝 개그 캐릭터스러운 면모가 많지만, 초기 카가린은 문자 그대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개그를 위해 만들어진 캐릭터였습니다.
이 설정은 무려 프로토 타입까지도 유지되었습니다. 카가린의 설정이 바뀌게 된 것이 하시모토를 살리자고 결정했기 때문인데, 이 말은 즉 챕터 1 피해자가 상당히 나중에서야 결정되었다는 걸 뜻하죠.
개인적으로는... 카가린이 이렇게 나왔다면, 너무 신선한 캐릭터라 어떤 포지션을 맡고 어떤 반응을 이끌어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아직도 아쉬운 캐릭터라는 것... 한번 다뤄보고 싶은 캐릭터였는데, 아마 이렇게 갔다면 작품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을 거에요.
이 때의 영향으로 성인 카가린의 모습이 결정된 겁니다. 어쩌면 이 버려진 설정을 외형만이라도 재활용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네요.
뭐 그래도 지금의 카가린 역시 개성 넘치는 건 사실이고, 챕터 1 피해자 치고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갔다고 생각하니 카가린의 설정을 바꾼 것을 후회한다는 건 아닙니다.
■ 기타
이렇듯 카가린은 챕터 1에서밖에 활약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제작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람들에게서 잊혀지고 있었고, 광탈자의 운명상 어쩔 수 없이 인기투표에서도 하위권을 기록하긴 했지만...
그래도 전작처럼 어떻게든 광탈자들을 챙겨주고 싶은 마음에 챕터 6에서 한 번 더 언급이 되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카가린 재벌에서 개발한 AI인 "유리"의 존재입니다.
사실 이 설정이 조금 아쉬운 것이, 본래 모노크로우의 정체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한 것들이 많았거든요.
카가린 재벌의 AI였다는 건 초기부터 생각해둔 설정인데, 본래 하시모토의 회상으로든 뭐든 카가린 재벌이 작품에 한 번 등장할 예정이었거든요.
그런데 다들 아시다시피 챕터 6의 분량이 쳐내고 쳐내고도 그 정도로 길어지다보니, 차마 분량 상 넣을 수가 없었습니다 ㅠㅠ; 카가린 말고도 정말 넣고 싶었는데 잘린 부분이 굉장히 많아요. 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래서 사실 작중에서도 모노크로우와 카가린 사이의 묘한 복선 같은 것도 넣고 싶었는데 얘가 뒤늦게 챕터 1 피해자로 바뀌다보니 미처 신경쓰지 못했고, 챕터 1에서 나아아아중에나 나올 모노크로우의 정체 떡밥을 적절히 넣기도 힘들다보니... 결국엔 조금 뜬금없어 보이게 되었네요.
"유리"는 카가린이 만든 AI다보니, 당연하게도 여자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대충 그리긴 했는데 정확히는 천사의 모습을 하고 있고, 머리는 모노크로우처럼 흑백이 섞여 있죠. 원래부터 날개가 존재했기 때문에 해킹 결과 까마귀라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된 걸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유리"와 "모노크로우"는 어디까지나 다른 존재입니다. AI 프로그램의 기반이 같은 것 뿐이지 캐릭터로서의 인격을 얘기하자면 산노지가 아예 뜯어 고쳤기 때문에... 모노크로우 본인도 자신이 유리였을 적의 기억은 없다고 했고요. 당연히 목소리도, 인격도, 말투도 전부 다릅니다. 글쎄요, 어쨌든 인간을 돕는 서포트 프로그램이었으니 그래도 상당히 상냥한 성격이 아니었을까요. 카가린 역시 유리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을 겁니다.
그런 카가린이 만약 아저씨 목소리에 아저씨 말투가 되어버린 유리의 진실을 알았다면... ㄷㄷ
■ 처형 도안
처형명 : 우주 여행 ANOTHER♂
익숙한 로켓이 준비되어 있다. 손발이 묶인 채 로켓 안에 들어가 있는 카가린. 로켓 문이 닫히고, 눈부신 불꽃과 함께 로켓이 날아오르기 시작하고, 하늘 높이, 구름 위로, 대기권을 뚫고 지구 바깥으로, 우주로 나아간다. 나아가고, 계속 나아가다가 떨어.........지지 않고, 계속 날아간다. 태양을 지나가고, 은하를 벗어나, 끝없이 나아간다. 이윽고 어딘지 모를 행성에 불시착하게 되고, 어찌어찌 로켓에서 비틀거리며 나온 카가린을 기다리고 있던 건, 털이 북실북실한 아저씨들만 가득한 신기한 행성이었다. 온갖 (삐-)한 물건들로 무장한 아저씨들에게 둘러쌓이며 거품을 무는 카가린. 이후 화면이 암전된다.
(노 코멘트)
아, 그리고 오늘은 카가린의 설정 비화와 함께, 질문 온 메일 중 하나를 공개적으로 답변하고자 합니다.
바로 후속작 캐릭터들의 좋아하는 음식과 싫어하는 음식인데요.
이건 전작의 경우 프로필을 공개하면서 밝혔던 내용인데, 이제 보니 후속작 캐릭터들은 "좋아하는 것/싫어하는 것"으로 퉁치고 음식은 따로 기록하지 않았더라고요. 그리 복잡한 설정도 아니니까 이 참에 짤막하게 적어볼까 합니다.
소라
좋아하는 음식 : ???
싫어하는 음식 : ???
마에다 유우키
좋아하는 음식 : 라면 전반
싫어하는 음식 : 야채/채소 전반
하시모토 쇼바이
좋아하는 음식 : 싼 음식
싫어하는 음식 : 비싼 음식
카부야 요루코
좋아하는 음식 : 찌개류 전반
싫어하는 음식 : 기름진 음식
오오토리 테루야
좋아하는 음식 : 채소 전반
싫어하는 음식 : 느끼한 음식
치에부쿠로 세츠카
좋아하는 음식 : 술안주 전반
싫어하는 음식 : 생선 전반
요미우리 니케이
좋아하는 음식 : 인스턴트 식품 전반
싫어하는 음식 :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음식
니지우에 이로하
좋아하는 음식 : 빵 전반
싫어하는 음식 : 매운 음식
마쿠노우치 하지메
좋아하는 음식 : 건강 식품
싫어하는 음식 : 불량 식품
미츠메 코코로
좋아하는 음식 : 딱히 없음 (카페인 류)
싫어하는 음식 : 딱히 없음
오토노코지 히비키
좋아하는 음식 : 달콤한 음식
싫어하는 음식 : 짠 음식
오토노코지 카나데
좋아하는 음식 : 뭐든 잘 먹음
싫어하는 음식 : 딱히 없음
카사이 신지
좋아하는 음식 : 매운 음식
싫어하는 음식 : 딱히 없음
마고로비 엠마
좋아하는 음식 : 고급 음식
싫어하는 음식 : 싸구려 음식
카가린 유리
좋아하는 음식 : 여자가 해준 요리는 똥이라도 받아 먹는다
싫어하는 음식 : 남자가 해준 요리 (5성 호텔 쉐프급이면 그나마 용서해준다)
산노지 미카도
좋아하는 음식 : ???
싫어하는 음식 : ???
또한 추가 정보가 하나 더 있는데, "전투력 랭크"를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설정비화 상의 공식 스테이터스엔 포함되지 않지만, 이것 역시 재미로 점수를 매겨보도록 하겠습니다.
항상 그렇지만 스테이터스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기준으로 재미삼아 봐 주시면 되겠습니다.
마고로비가 처음 공개되었을 때, 다른 무엇보다도 이름이 가장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죠. 어떤 분들은 너무 노골적인 패러디라며 별로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지만, 원작의 미오다 이부키, 호시 료마 등 대놓고 패러디를 노린 이름들이 있었기 때문에 저도 작품에 꼭 그런 이름을 넣고 싶었어요.
다른 점이라면 실제 배우 님들의 이름을 따왔다는 거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마고 로비 님이랑 엠마 왓슨 님이 너무 좋았는걸요 ㅠㅠ;; 캐릭터 디자인부터 엠마 왓슨 님의 대표역 헤르미온느를 모티브삼아 만들 정도였으니...
마고 로비 님은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개봉하면서 할리 퀸으로 알게 되었는데, 한 눈에 반했습니다. 게다가 이름도 뭔가 평범하지 않다고 해야하나, "마고로비 이거 붙여서 음독 훈독 적당히 쓰까면 훌륭한 DQN 네임이 되겠는데?" 라는 데에서 지어진 이름이었습니다.
이름에 대한 얘기만 했는데, 마고로비의 키를 보고 생각보다 크다고 놀란 분도 계시더라고요. 전작의 쿠로카와도 그렇고, 키가 굉장히 크면서 마른 여자 캐릭터가 또 제 취향 중의 하나인가봅니다...
화려한 외모 치고는 세라복 위에 밍크 코트가 끝이라, 설정화에 크게 그려넣을 것이 없더군요. 대신에 염색, 렌즈, 화장을 전부 해제한 상태의 마고로비를 그려보았습니다. 게임을 해보셨다면 알겠지만, 마고로비는 순수 일본인이며, 헐리우드에 녹아들기 위해 머리를 염색하고 렌즈를 끼는 등 동양인답지 않은 외모로 꾸몄다고 나오죠. 꾸미지 않은 마고로비는 흑발 흑안이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동양스러운 느낌이 나는 것 같네요!
■ 스테이터스
밸런스 종결자, 마고로비의 스테이터스입니다. 무려 BBBBB!! 이보다 균형잡힌 능력치는 없다! 사실... 이 밸런스를 위해 약간 버프 혹은 너프시킨 부분이 있을 지도 모르나, 어차피 재미용 스테이터스이니까요. 요미우리와 좀 비슷한 느낌도 들고?
코멘트를 덧붙이자면, 지능과 추리력이 생각보다 높습니다. 이 생각보다 라는 건 "작중에서 보여준 것에 비해" 라는 의미인데, 마고로비의 캐릭터 포지션적인 의미로 생각해 보면 요미우리와 비슷한 결론이 나옵니다.
광탈도 광탈이지만, 보이드이기 때문에 100% 능력을 발휘할 수 없었던 거죠. 실제로 미츠메의 살해는 우발적이었음에도 나름 적절한 임기응변을 통해 트릭을 만들었을 정도로, 마고로비의 지능과 추리력은 나쁘지 않습니다.
신체능력도 그 연약한 외관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B. 자유행동 중에 마고로비와 사교하기 위해 그녀를 찾아다닌 사람이라면, 가끔 체력단련실에서 러닝머신을 뛰고 있는 마고로비를 발견하셨을 겁니다. 배우로서의 체형 및 건강 관리를 위해 운동도 꾸준히 하는 편이며, 덕분에 꽤나 신체능력 점수를 후하게 줄 수 있었습니다.
여담이지만 마고로비가 키에 비해 기형적으로 마른 것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어린 시절의 영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찢어지게 가난한데다 학대까지 당했으니 살이 붙을래야 붙을 수가 없겠죠...
행동력과 인간성도 B인데, 행동력은 평균 수준이며(감정 폭발로 인한 우발적 행동은 행동력으로 치지 않았습니다), 인간성 역시... 사실 보이드 멤버라면 인간성이 나쁠 수가 없다고 저번 마쿠노우치 설정비화 때도 말한 적이 있었죠.(산노지 제외)
그런데 마고로비가 워낙 빠르게 탈락하기도 했고, 준비한 것에 비해 작중에서 크게 보여주지 못한 것이 많아서 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안타깝네요. 제가 좋아하는 배우 님들을 모티브로 삼을 정도로 꽤나 좋아하는 캐릭터인데, 좋은 능력치에 비해 "보이드" 라는 스토리 진행의 발판에 너무 묻힌 감이 없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어떻게든 조기 탈락자들 챙겨준답시고 보이드 극장 같은 걸 만들기는 했지만, 인기투표 순위도 꼴찌였고...
정말 제가 단간론파 동인 게임을 두 작품이나 만들었지만 광탈자들 챙기는 것이 제일 어려웠던 것 같아요.
■ 초기 디자인
마고로비의 초기 디자인입니다. 사실 마고로비라는 캐릭터는 구상 단계부터 배우로 정해 놨었고, 위에서 말했듯이 헤르미온느의 모습을 많이 참고했기 때문에 지금과 인상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이 때는 밍크 코트가 없었고, 세라복에 레이스 등 장식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네요.
아마 처음엔 이걸로 가려다가, 너무 배우라는 이미지가 없어 보여서 조금 고급스러워 보이라고 밍크 코트를 입힌 것 같습니다만...
그렇게 바로 프로토 타입으로. 마고로비는 디자인에 그렇게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어요.
하지만 디자인 말고도 여기서 눈여겨 봐야 할 것이 바로 이름입니다.
무려 이 때는 이름이 달랐습니다! 심지어 프로토 타입인데도!
그 이유는 이러합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전 마고 로비 님을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수스쿼의 개봉일이 2016년 여름이었죠... 이 프로토 타입은 그 전에 그렸기 때문에 이 때는 이름이 달랐던 겁니다.
이 때의 이름은... 많이 이상하죠... 솔직히 수스쿼를 몰랐어도 이 이름은 바뀌었을 것 같네요. 패리스 힐튼 님과 엠마 왓슨 님을 짜집기 한건데, 이걸 제외하면 원래 이름은 "아오키" 였네요.
사실 이름을 빼면 디자인 자체는 비슷합니다. 부츠 장식이나 귀고리 등 사소한 부분을 빼면은 뭐...
아, 맨 밑에 저 표정은 마고로비의 구상 단계부터 있었습니다. 그 특유의 앞머리가 한 쪽 눈을 가리면서 분위기가 무서워 지는 설정인데, 작중에서도 훌륭하게 CG와 스탠딩 스프라이트로 표현되었죠. 극초창기부터 구상해둔 요소를 실제로 작품 속에 추가하게 되었을 때의 그 뿌듯함은 정말 아는 사람만 알 거에요...
■ 기타
"기타" 항목에서 보이드 캐릭터에 대해 최우선적으로 다룰 내용은 역시 과거사겠죠. 물론, 보이드가 아닌 캐릭터들도 과거 이야기를 풀 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보이드 일원들의 과거는 장중 메인 스토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고, 쉽사리 사교 등에서 과거사를 풀어 버린다면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자세한 과거를 다루지 못했던 마쿠노우치에 비해 비해 마고로비의 과거는 그녀의 사교에서 대략적으로 풀기는 헀습니다만, 거기에 대한 몇가지 코멘트를 추가로 덧붙이고자 합니다.
마고로비 역시 다른 보이드 멤버에게 지지 않을 정도로 비참한 과거를 지녔습니다. 그 내용은 마고로비의 사교를 통해 단편적으로 알 수 있는데, 개쓰레기같은 아버지 때문에 죽을 날만을 기다리던 마고로비는 우츠로의 도움으로 부유하고 상냥한 새 부모님을 만나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었죠.
니지우에는 챕터 6에서 마고로비의 천운의 가호에 대해 "재력" 이라고 표현했지만, 어떻게 보면 "가족"이라고 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피가 이어졌냐 이어지지 않았냐가 중요한 것이 아닌, 자식을 사랑할 줄 아는 "진짜 가족"이요. 천운에게 선택된 마고로비의 양부모가 단순히 부유했기 때문에 재력도 가졌을 뿐. 이렇게 해석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마고로비의 사교를 보면 "말을 듣지 않거나 울기라도 하면 끔찍한 폭행을 당했다" 라며, "말 잘 듣는 아이를 연기해왔다" 라는 대사가 나옵니다. 마고로비는 담뱃불에 지져지면서도 고통을 견디고, 감정과 표정을 억제하며 항상 생글생글 웃어야만 했죠. 마고로비의 배우로서의 재능이, 아이러니하게도 그녀가 기억하고 싶지도 않은 끔찍한 과거 때문에 단련되었다는 것이 운명의 장난이 아닐 수 없네요.
생각해 보면 마고로비의 인생은 상당히 작위적일 정도로(물론 제작자인 제가 스토리를 짜는 거니 작품 외적으로 보면 작위적인 것이 당연하지만) 아이러니함의 연속입니다. 그녀가 살인 수학여행에서 전담 마크하던 미츠메가 사실 과거 자신의 아버지처럼 자식을 학대하는 막장 부모였고, 그 사실을 모른 채 미츠메에게 마음을 열 뻔 했으며, 결국에는 그 미츠메를 죽였죠.
자신의 탄생과 죽음 모두에 "가정폭력"과 "쓰레기 부모"가 엮어 있는 부조리함.. 보이드 캐릭터들이 다 불쌍하긴 하지만 마고로비는 과거 설정을 다른 캐릭터에 비해 세밀하게 설정해둬서인지 더 불쌍하게 느껴지네요.
그러고 보니 저번에 어떤 분이 "마고로비와 미츠메가 저승에서 만난다면 미츠메는 마고로비를 용서했을까요?" 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제가 아마 "용서하고 둘이 사이좋게 지낼 것이다" 라고 답변했을 겁니다. 이 때는 챕터 0이 나오기 전이었는데...
스토리가 완결난 지금 보면 개소리도 이런 개소리가 없어 보이겠지만, 사실 미츠메에게 선악의 의미는 따로 없습니다. 미츠메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욕망에 따라 행동할 뿐이죠. 다만 성장 과정에서 감정표현불능증으로 인한 장애를 극복할 여지가 있었다면, 또 모릅니다. 미츠메가 현실 세계의 어른 미츠메처럼 막장 부모가 되지 않았을지도.
미츠메의 사교 내용이 진실을 알고 난 뒤에는 고깝게 보일 수 있어도, 그 때의 미츠메는 아직 어린 학생 시절이었기 때문에 조금 다르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현실에서 실제 고등학생이었던 미츠메가 소라나 마고로비처럼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을 만났다면, 다른 결말을 맞이했을지도...
마고로비 설정비화인데 어째 갑자기 미츠메 얘기로 빠졌네요. 아무래도 마고로비와 가장 가까운 캐릭터라 그럴까요...
하지만 이것은 확실합니다.
반대로 마고로비가 미츠메의 진실을 일찍 알았다면, 자신의 과거와 오버랩되면서 절대 미츠메와는 친구가 되지 않았을 거란 것.
진실을 모를 땐 사이가 좋지만 진실을 알게 되는 순간 파탄나는 둘의 관계가 참 흥미롭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