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어디까지나 정사가 아니며 있을 법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그냥 재미로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본편을 즐기지 못하신 분들을 위해 접어두었습니다.
치명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니 실수로나마 열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이게 어떻게 된거야아아아아!"
히가의 우렁찬 목소리가 학교시설 전체에 울릴 듯이 쩌렁쩌렁하게 터졌다.
"망할 곰돌이 녀석아. 설명하라고!"
어떠한 연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전이 되었다. 마치 시설전체가 정지가 된 듯이 커다란 무엇인가가 멈추
는 듯한 소리가 천장으로부터 들려왔다.
"진정해. 히가."
히가는 침묵한 모노쿠마를 상대로 계속해서 폭언을 내뱉고 있었다. 정지하기 직전까지 모노쿠마는 조사
를 하고 있던 킨조일행에게 나타나 시설들에 대한 설명을 잘난듯이 떠들어 대고 있었다. 그때 히가가 니
녀석은 심심하냐며 시비를 걸자 양아치같은 얼굴 축구공에 매달아 우주 끝까지 차주겠다고 모노쿠마가
반론할 때쯤 정전이 일어나 버렸다. 덕분에 히가는 이 일이 자신덕택에 일어난 게 아닌가 하는 혼란스러움
과 미물인 모노쿠마에게서 받은 모욕들을 추스려야만 했다. 킨조는 아무래도 그건 짧은 시간이지만 파악
한 히가라는 인물에게는 무리라 보았다. 그렇게 예상한 덕택에 히가가 자신의 분에 못이겨 모노쿠마의 태
평스런 얼굴에 하이킥을 날리기 전에 말릴 수 있었다.
"학교 기물파괴는 교칙 위반이라고 모노쿠마가 말했어. 만약에 이 녀석이 다시 살아난다면...... 또 다시 천
장에 달린 기관총을 쏘아 댈거야. 그러니까 히가"
히가는 씩씩거리면서 알았다는 듯이 물러났다. 히가에게는 우선 진정하라고 이야기했지만 킨조 역시 혼란스러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정전이야 어떻게 받아들일 수 는 있지만 멈추어버린 모노쿠마쪽이 문제였다. 생동감있게 움직이던 때와는 다르게 그것은 지금은 굳어버린 동상마냥 미동조차 않은 채로 서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이거 위험한 상황아니야?"
히가는 직감적인 불안함을 느꼈는 지 질문해왔다.시설의 중추라고 볼 수 있는 인물인 모노쿠마가 활동을 정지한 상태라면 자신들을 가로막고 있는 기관총과 같은 보안 시설들 또한 활동이 정지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수색중에 보았던 윗층으로 가는 길을 막고 있는 커다란 철문의 잠금장치 또한 시설의 정지와 함께 돌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러한 희망적인 예상과 함께 피어오르는 것은 만약 함정일 가능성이었다. 모노쿠마가 살인게임이 되도록 조장하기 위해서 누군가의 죽음을 통해 자극을 주기위한 계기일 수 도 있었다. 어느 쪽이 맞을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결론적으로는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한 동안 급작스런 상황의 변화에 의해 얼어붙어 있어야 했다.
"우선은 다른 조 아이들은 잘 있는 지 알아보자."
굳어있던 일행을 풀어낸 것은 킨조였다.킨조는 우선은 동행의 안전을 먼저 확인하기로 했다. 만약에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다면 안좋은 방향으로 흐를 거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킨조 씨! 쿠로카와씨가!"
"뭐?"
이노리는 머리를 감싸고 괴로워하는 쿠로카와를 부축하고 있었다. 쿠로카와는 깊은 신음을 흘렸다.
"어떻게 된거야?"
"모르겠어요. 정전이 되고 난 후에 갑작스럽게 이런 현상을 보이고 있어요. 뇌진탕...... 그렇지만 외부 충격은 없었을 텐데."
킨조는 마른 침을 삼켰다.
"......위험한 거야?"
이노리 카나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로라면 위험해요 빠르게 조치를 해야 해요. 신경외과 전문의는 아니어서 정확하게 판단 내릴 수 는 없
지만 체온이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어요. 쇼크상태에서의 안정은 꼭 필요해요."
"그렇다면......"
" 지금 이곳에서는 안돼요. 장비가 필요해요....."
"이런 젠장...... 내가 가서 양호실이 있나 찾아볼게."
히가는 이노리의 말에 자진해서 뛰쳐나갔다.
이노리는 야마구치에게 쿠로카와를 안을 수 있도록유도했다. 우선은 밀폐된 곳보다는 서늘한 곳으로 옮
기기로 하고 방을 떠났다.
혼자가 된 킨조는 잠시 생각에 빠질 말미를 가질 수 있었다. 킨조는 지금 돌아가는 상황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전까지도 이상한 상황이었지만 정전, 모노쿠마의 정지 그리고 쿠로카와의 발작 모두 동시에 일어났다. 어쩌면 정말로 처음 예상대로 시설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킨조는 결심을 한 듯이 방안에서 정지한 모노쿠마의 곁으로 갔다. 그리고 심호흡을 한번 하더니 모노쿠마
를 힘껏 밀어 넘어뜨렸다. 그러자 무거운 금속이 부딫이는 굉음이 나더니 모노쿠마의 팔이 떨어져 나갔다.
예상한 상황임에도 킨조는 등뒤로 오싹한 기운이 퍼져나가는 것 같은 느낌을 느꼈다.
".......이건?"
부서진 모노쿠마의 어깨죽지의 틈새 사이로 검은 색의 무엇인가가 튀어나왔다. 짧은 열뒤로 난 6개의 구멍. 리볼버 권총. 킨조가 사회에서 활동할 무렵에 자주 보았던 경찰용 권총이었다. 그것을 주워들은 킨조는 탈출할 수 있다는 희망과 동시에 모노쿠마의 얘기했던 이야기가 진지했다는 충격을 받아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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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대가 1주일 남은 시점은 참으로 정신이 여러 가지로 정신이 없네요. 공개설정을 따로 해줘야 한다는 걸 잊고 그냥 올려버리기도 하고. 여러분 찜통입니다. 더위 조심하세요
이 글은 어디까지나 정사가 아니며 있을 법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그냥 재미로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본편을 즐기지 못하신 분들을 위해 접어두었습니다.
치명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니 실수로나마 열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마에다는 점점 현실로 다가오는 상황에 시무룩했다.
킨조는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단합이 필요하고 서로 신뢰할 수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분명히 그럴지도 모른다. 자신이 보았던 영화에서도 이런 상황에서는 다같이 행동하려 하는 게 다반사였다. 그렇기 때문에 나쁘지 않은 행동이고 그것이 최선이라 여겼다.
그러나 도망치려 했던 현실이 점점 닥치고 있는 것같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들었다.
물론 조금은 모난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자신이 다녔던 중학교때의 친구들과 본질적으로는 다른 게 없는 이들이었다. 서로 말을 주고 받고 어색함에 몸둘바를 모르고 서로 친해지고 싶은 데 그 방법을 잘 모르는. 평범한 이들이었다. 도저히 그들이 살인이라는 무서운 일을 할 것같이 보이지 않았다. 마에다는 그러한 초조함 속에 죽이 잘맞아 보이는 하타노 아야메와 타이라 아카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하타노 아야메.....라고 했었지?"
"그렇다. 말주변이 없지만 잘 부탁한다. 마에다 유우키."
하타노 아야메는 자신이 없다는 듯이 마에다에게 자신을 소개했다.
"그렇게 이야기 안해도 된다니까...... 자신감을 가져"
옆에서 타이라가 하타노를 격려하듯 다독여 주었다.
하타노는 고맙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타이라는 지긋이 웃어주었다. 마치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온 듯한 평화로운 분위기가 돌았다. 그렇지만 마에다는 그런 분위기에 합류할 수 없었다. 다가가려 하자 위화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분명히 모노쿠마가 이야기한 것은 환청이 아니었다. 살인 게임이나 학급 재판이라는 끔찍한 말을 읊어대었다. 마에다는 그런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자신의 평범함이 아닐까 생각했다.
앞에서 평소같이 사람들을 대할 수 있는 타이라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마에다도 그렇고 하타노도 그렇고 처음만났는 데 낯설지가 않은 것 같아~ 어디서 본적이라도 있나?"
"어째서 그렇게 태평할 수 있는 거야?"
마에다는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말이 튀어나왔다.
자신과 공통적인 취미라도 발견한 것인지 하타노와 친밀감있게 이야기하고 있던 타이라는 마에다의 말에 고개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베시시 웃었다.
"그렇지만 슬퍼해봐야 해결되는 건 없는 걸?"
마에다는 타이라의 말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돌아본 타이라의 얼굴에는 자신도 알고 있다는 표정이 지어져 있었다. 살갑게 웃는 그녀의 얼굴에는 밝은 긍정의 힘이 감도는 것 같은 온화함이 있었다. 마에다는 타이라나 모두가 이러한 상황에 익숙치 않다는 걸 그제서야 알아 차렸다. 혼란스러운 이 가운데에 우울하게 절망한다면 더욱 더 슬퍼질 것 같았기 때문일까. 하타노나 타이라나 긍정적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미안...... 괜한 걸 물어봤어."
"아니야. 모두 불안할 걸. 이 와중에 불안하지 않은 사람은 누가 있겠니. 괜찮아."
"그래 맞다. 나도 아직도 긴가민가하지만 타이라의 말에 동의한다. 울고만 있다면 나아지는 건 없어."
"나는 이 학교에 맞지 않을지도 몰라. 정말 대단한 사람들만 모여있는 것 같아."
타이라와 하타노의 격려에도 마에다는 여전히 풀이죽은 채로 스스로를 비관하는 듯이 보였다.
"그렇지 않아. 마에다."
목소리는 마에다의 뒤에서 들려왔다.
"킨조."
"나는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네가 평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나는 네가 대단하다고 생각해. 아까 히가랑 토모리의 싸움에서도 네 덕택에 중재할 수 있었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킨조는 마에다의 두 어깨를 꼭 잡았다.
자신감을 가지라는 듯이 어정쩡하게 서있던 마에다의 어깨를 펴주었다.
"타이라랑 아까도 약속했었어. 꼭 모두 살아서 같이 나가자고......"
"그 말대로야. 마에다, 우리는 꼭 이곳에서 탈출할 거야. 다같이."
킨조는 주먹을 쥐어 굳게 다짐했다는 듯이 흔들었다.
그러자 그 자리에 있던 4명 모두 사전에 계획한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킨조가 회의에서 얘기했던 대로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학교를 조사를 시작했다. 킨조와 하타노는 다른 조였기에 여러군데로 흩어졌고 타이라와 마에다는 배정되었던 모둠에 합류하기 위해 식당밖으로 향했다.우선 자신들의 방부터 보기로 한 토모리의 의견에 따라 숙소쪽으로 향한 둘은 이상한 방을 발견했다.
"이건 뭐지? 뽑기 기계인가?......"
타이라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말했다.
"그런 것 같은데...... 어째서 이런 게 있지?"
그 방은 연관성을 알 수 없는 물품들로 가득차 있었다.화려하게 치장된 장식품이 있는 가하면 정말 필요없을 것 같은 녹슨 너트까지 즐비했다.
"음.....이런 걸 보면 하면 돌려보고 싶은 게 사람이야."
"돌려보게? 괜찮을까?......"
타이라는 걱정된다는 듯이 마에다를 보았다.
"괜찮아. 그리고 뭔가 좋은 게 나오면 타이라 너한테 줄게."
"어? 나한테?"
"그래. 분명히 방금 전에 약속했었는 데 그 약속을 바로 잊고 하마터면 혼자 어길 뻔했잖아. 사과?라고 해야겠네."
그러면서 마에다는 뽑기 기계의 레버를 빙글 돌렸다. 그러자 커다란 캡슐이 빙그르르 미끄럼틀을 타고 굴러나왔다. 캡슐안에는 이상하게 생긴 물건이 들어있었다. 마치 작은 가스통같이 생긴 게 상당히 무거웠다. 위에는 붉은 색으로 커다란 버튼이 붙어 있었다.
타이라에게 주기로 마음먹었지만 그 모습에 마에다는 한번 눌러보고 싶은 충동에 휩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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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입대가 이제 거의 1주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친척들이 불러내서 정신이 없군요. 글은 올려두고 비공개인체라는 것을 모르고 살았네요. 끄응. 군대가기전에 어나더 2 대략적인 스토리 틀도 써두고 가야하니 더 정신이 없어지겠군요. 더운 날 조심하세요.
이 글은 어디까지나 정사가 아니며 있을 법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그냥 재미로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본편을 즐기지 못하신 분들을 위해 접어두었습니다.
치명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니 실수로나마 열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메카루 레이는 이런 살인 게임이 탐탁치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모노쿠마가 선언한 살인 게임이라는 것이 실제로 벌어질 거라 보지 않았다.
서로 죽고 죽이는 싸움이 되라고 하는 가정에는 불만은 없었지만 그것이 이야기하는 현실성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희망봉 학원은 일본 국내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유명한 학교다. 세간의 눈에 완벽하게 노출되어 있는 곳에서 인질극을 벌인다니, 중동의 극단주의 테러리스트가 아닌 이상할 수 없는 발상이다. 하지만 중동 테러리스트들은 그들의 목적이 성취되기 위해서라면 스스로의 목숨또한 수단으로 사용한다. 모노쿠마에게서는 그러한 종류의 괴팍한 비장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 곳에 갇힌 학생들이 보일 패닉을 천천히 음미하고 싶어하는 어린 아이마냥 굴었다. 메카루는 모노쿠마가 보이는 태도에서 그들의 목적을 유추할 수 없었다.
사람들이 행동하는 데에는 모두 이유가 있다. 범죄또한 어떻게 꼬여있던 나름대로의 이유가 성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이유가 없다면, 그것은 모순이다. 메카루는 이런 모순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만약 모노쿠마의 말대로 희망봉학원을 폐쇄하고 이러한 우습지도 않은 장난을 치고 있는 거라면 학교 외부에서는 이미 무장경찰들이 떼거지로 모여들어 이 목적을 알 수 없는 테러리스트와 협상을 벌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을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테러리스트들의 끝은 대개 스스로가 맺던 남이 맺던 그들의 죽음으로 끝이 난다. 대체 무슨 배짱인것인가.
그러나 회의를 소집하듯 식당으로 부른 킨조 츠루기는 모노쿠마의 설명이 기정사실이라는 듯이 여기며 그것을 기반으로 하여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분석했다. 또한 그를 위하여 단합을 요구했다. 모노쿠마의 헛소리가 실현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서로간의 이해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학교에 갇혀버린 학생들이 비교적 적은 편이기는 했지만 각자의 개성이 극도로 뚜렷한 탓에 회의는 여러 갈래로 나누어지기도 합쳐지기도 하며 난항했지만 결과적으로 킨조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납득한 모양새였다.
물론 메카루는 킨조가 소집한 회의에 끝까지 참여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 상황에서 단체생활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치 않았다. 영화나 소설속에서 지겨울 정도로 자주 나오는 성향이지만 단체생활은 이런 상황에서 생각보다 먹히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서로간의 쉬운 접근성은 화합을 도모할 수 있는 길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만약 그 기간이 짧다면 그 접근성으로 역으로 작용한다. 입장과 생각의 차이 덕택에 서로간의 알력만 늘어날 뿐, 분열이 일어나 모노쿠마가 원했던 드라마를 찍어주게 될 뿐이다. 만약 모노쿠마가 이야기했던 살인게임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그 분쟁으로 인해 추론에 지장을 줄 뿐이다. 메카루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스스로가 참 비인간적이라고 생각했다. 클레이튼 교수와 나누었던 이야기속의 주인공도 그렇게 느꼈을까.
"메카루 레이, 하나 물어봐도 되나?"
잠시 벽에 기대어 생각에 잠겨 있었던 메카루는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이성을 수면위로 끌어올렸다.
우에하라 킨지. 은발의 신부가 메카루를 쳐다보고 있었다.
"너도 저 회의가 마음에 들지 않던 모양이지? 신부님."
우에하라는 잠시 소맷자락을 가다듬으며 괴로운 듯 인상을 짓더니 이내 낌새를 지웠다.
"질문은 이쪽이 먼저했지만......굳이 따지자면 그렇다고 해야겠군. 그렇다면 다시 질문하지. '너도'라는 것은 메카루 회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건가?"
메카루는 우에하라에게 시선을 두지도 않은 채로 이야기했다.
"맞아. 회의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 애초에 회의라기도 애매한 것이었어. 회의를 시작하기 전 가정부터 이상했거든."
"가정이라면?"
"살인 게임이 실제로 일어날리가 있냐는 거야. 조금은 스스로 생각해보는 게 어때, 아니면 알면서도 떠보는 거야?"
메카루는 눈매를 날카롭게 갈아서 우에하라에게로 찌르듯이 시선을 보냈다. 얼음 송곳같은 그 시선에 우에하라는 자신도 모르게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뻔 했다. 그녀의 눈동자에서 퍼지는 분위기는 사람이라 하기에는 너무나 건조했다.
"그렇게 생각할 수 도 있겠지. 분명히 입학식부터 이런 상황에 처해있다는 사실이 충분히 비현실적이니까. 그리고 네가 말하고자 하는 뜻도 충분히 알아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는 게 나쁜 것은 아니지 않나. 유비무환이라고들 하지."
"그렇다면 왜 회의에서 빠져 나온거야?"
우에하라는 조금 전 보여줬던 표정을 다시 한번 지어보였다. 그리고서는 목에 걸어 두었던 십자가를 만지작 거리더니 메카루의 질문에 대답할 준비가 되었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나는 종교인이야. 네가 있는 곳은 철저한 이성이 주요한 덕목이지만 종교는 사람이 우선이야. 물론 학문에서도 사람에 대해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그것부터가 시작인 종교와는 느낌이 조금 다르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거야, 무신론에 대해서라도 이야기하고 싶은 건가?"
"네 합리적 사고라는 것은 나한테는 버겁군. 그렇지만 무신론같은 게 아니야. 메카루 레이, 너는 회의가 마음에 들지 않은 이유가 회의 안건이 비현실적이라고 했었지? 내가 이 회의에서 꺼림칙함을 느낀 이유는 사람들 때문이다."
여전히 심드렁한 표정인 메카루였지만 계속하라는 듯이 우에하라의 말을 끊거나 하지는 않았다.
"특히 킨조 츠루기. 초고교급 경찰이라 했던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필사적이었다. 뭔가가 일어나지를 않기를 불안해하는 표정이었지. 말이나 행동은 대범하듯이 언뜻 보이지만......본 적이 있는 얼굴이었다.
막 고아원에 들어온 아이가 어른들을 대하는 얼굴이었어. 사랑에 목말랐지만 다시 버려질까 두려워하는...... 잘 내색하지는 않아. 그나마 가지고 있는 게 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 끔찍하지. 더 이상은 보고 싶지 않았다."
이해를 할 수 없기에 가능성을 가장 하위에 둔 것이었지만 메카루는 조금은 우에하라의 말을 이해할 수 는 있었다. 킨조 츠루기의 행동 원리에서는 침착한 리더 쉽이라기 보다는 초조함이 묻어 있었다.메카루는 킨조의 권유에 대해 자신이 거부감을 느꼈던 것이 이러한 연유였는 가에 대해 검토해보기도 한다.
"재미있네. 네가 살았던 삶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종교인으로서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지. 그런 덕택에 볼 수 있는 것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럼 너는 이제 어떡할거지?"
메카루는 소란스러움이 커지는 식당안의 소리에 반응해 자리에서 떠나려 몸을 일으켰다.
"나는 이런 또래끼리의 단체생활에는 익숙치 않지만...... 사람들 틈바구니서 같이 있는 게 내 역할이라고 본다. 어쩌면 킨조 츠루기가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는 게 옳은 일이 될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자신이 희망봉 학원에 입학했다는 것 이외에는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소녀.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의 재능이 무엇인지도 떠올리지 못한다.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空' 이라는 단어 뿐. 그녀는 그렇게 자신의 진짜 이름을 찾을 때까지, '소라(空)'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